『제칠일 안식일의 잃어버린 의미』(9)
역자 서문 A P r e f a c e
<성경과 역사에 나타난 안식일>을 2001년에 번역한 이후에 안식일에 관한 책을 제가 또 번역하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람되게도 역자는 1998년에 <안식일과 십자가-안식일 신앙의 영적 의미>를 출판하는 지은이 서문에서 “번역의 시대를 마감 한다.”라고 까지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노르웨이에서 출생하여 자랐으며 현재 로마린다 대학교에서 신학 교수와 의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시그베 톤스타드(Ph.D./M.D.) 박사가 쓴 The Lost Meaning of the Seventh Day의 번역을 대학에서 은퇴한지 9년 만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역자가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2010년에 도현석 박사가 책을 빌려주면서 일독을 권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받은 인상은 문장도 평범하지 않은 방대한 분량의 전문 서적이라는 것과 풍부한 미주들로 미루어 보아서 이 책의 저술을 위한 준비가 녹녹치 않았겠다는 것. 그리고 모두 27장에 걸쳐있는 목차의 주제들 중에는 역자가 그 동안 출판했던 책들과 기사들에서 강조했던 표현들과 개념들도 여기저기에 눈에 띠고 있구나 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뭐 특별히 새로운 통찰들이 있으랴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독서가 얼마쯤 진행되고서 부터는 이 책이 진실로 심상치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깊어졌으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었을 때는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이 되면 목사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본 역자가 직접 이 책을 번역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차에 한국연합회 선교전략연구소 연구부장 임봉경 박사가 신학자료 총서의 하나로 이 책의 번역을 계획하고 이 책을 번역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전체 27장으로 된 이 책의 목차에서 표현된 개념들은 재림교회 전통에서 새로운 것들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역자에게 이 저자가 특별하게 여겨졌던 부분은 저자가 우리에게 친숙한 제목의 내용을 더욱 깊고 폭넓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개하고 있는 관념들입니다. 그 중의 첫 번째이며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된 개념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라는 개념입니다. 안식일은 사람의 신실함의 증거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또한 안식일과 인간, 안식일과 자연의 주제 아래서 서구 기독교 세계의 잘못된 자연관과 물질관을 설득력 있게 비판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의사 출신의 신학자로서의 특별한 통찰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동일한 주제 아래서 영혼불멸의 사상을 폭 넓게 그리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안식일이 일요일로 변경되는 강력한 배경의 하나로 영혼불멸의 사상이 있다는 주장을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서구 철학의 역사적 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역자에게 소중하게 느껴졌던 저자의 안식일에 대한 또 한 가지 통찰은 안식일 계명을 하나님의 독단적인 명령으로 읽어서는 안 되며, 특히 안식일 계명은 자연법적인 도덕률이 아니기 때문에 항구적인 계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으로부터 안식일 계명을 옹호하는 논리로 안식일 계명을 하나님의 주권에 기초한 하나님의 독단적인 명령으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이 제안은 역자 자신이 지금까지 이 논리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독단적 명령의 논리라는 것은 십계명 중 오직 안식일 계명만이 자연법적인 도덕률이 아니라는 말은 맞지만 역설적으로 비자연법적인 안식일 계명은 그 명령의 구속력이 보편타당한 자연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서 비롯한 하나님의 독단적인 명령에 있으며 이 독단적 명령의 순종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순종이기 때문에 안식일 계명의 구속력이 자연법에 기초하는 다른 계명들보다 오히려 더 강력하다는 논리입니다. 저자의 인용에 의하면 과거에 본 교회 신학을 대표했던 M. L. Andreasen, Raul Dederen 같은 분들도 이 같은 논리를 사용했다고 하며 사실상 본 교회 안에서 일반화된 논리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하나님이 결코 독단적이거나 전제적인 주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논리는 안식일 계명을 옹호하는 작은 소득을 위해 하나님의 성품을 곡해하는 큰 손실을 가져오는 하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처음에 들을 때에 사소한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저자는 이 논리의 문제가 우주적인 대쟁투의 이슈와 연관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요한계시록에 대한 남다른 분석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문제를 제26장 “표징들의 대결”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역자는 저자처럼 요한계시록을 분석한 경우를 이전에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저자는 우주적 대쟁투의 도전이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사탄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그 사례로서 창세기의 첫 부분에서 나오는 선악과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탄은 선악과 명령이 하나님의 독단적인 명령이라고 주장하여 하와로 하여금 하나님의 성품을 의심하게 했는데 만약 우리가 안식일 계명을 하나님의 독단적인 명령이라고 주장하게 된다면 동일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하나님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고전 13:12)
사랑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선악과를 금지한 하나님의 명령이나 제칠일의 안식을 명한 안식일 계명은 하나님의 유익을 구하는 하나님의 전제적이며 독단적인 명령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적 대쟁투는 승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승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하나님은 독단적인 주권이나 물리력을 사용하여 전쟁을 승리하지 않고 철두철미한 사랑의 힘으로 대쟁투를 끝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일곱인을 떼고 우주적 대쟁투를 승리로 이끄는 영웅은 “용”이나 “짐승”으로 대표되는 파괴력의 화신들이 아니라 “일찍이 죽임을 당한 어린양”(계 5:6)이라고 성경의 마지막 책이 마지막으로 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독자들의 주목을 촉구하고 싶은 사항들이 많지만 지면이 제한되었습니다.
2015년 6월
오 만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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